한국 KAIST 학생 잇단 자살 파문…미국 대학에선 어떻게 학생 보호하나?
건강·경제·폭력·유학생 문제 등…미 4년제 대학생 6% '자살 충동' 교수·카운셀러·경찰 연계 지원…대부분 무료, 선배들 멘토링도 한국 KAIST 학생들의 잇단 자살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학들의 학생 보호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는 과학 수재들이 모여있는 한국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으로 한국의 MIT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명의 KAIST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학업에 대한 중압감이나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역시 각종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하는 대학생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9년 발간된 ‘전문심리학(Professional Psychology)’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6%가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자살 충동’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하버드, MIT, 스탠퍼드, 칼텍, UCLA 등 각 대학들은 재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AIST 서남표 총장이 기계공학과장을 지냈던 MIT는 재학생들을 위해 ‘MIT 정신건강 상담(MIT Mental Health and Counseling)’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MIT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언제든지 자살충동이나 심한 압박감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등 긴급 상황 시 언제든지 심리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또 S3(Student Support Services)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생활 적응을 비롯한 학업 성적 고민에 대한 조언, 선배 학생들의 멘토링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MIT 데이비드 랜달 S3 프로그램 학과장은 “모든 상담내용과 정보는 연구자료로도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며 “MIT 상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학업 고민, 경제 문제, 건강, 학대, 위협, 폭력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으며 모든 비용은 무료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UCLA의 경우 교수, 상담 전문가, UC경찰 등과 연계해 학생들을 위해 상담 및 도움을 주는 ‘CR 팀(Consultation & Response Team)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UCLA에 따르면 지난해 캠퍼스 내에서 CR팀을 통해 접수된 상담 건은 116건에 이른다. UCLA 클라우디아 루터 언론담당은 “CR팀은 매주 미팅을 통해 재학생들이 현재 느낄 수 있는 고민과 걱정, 캠퍼스 생활의 고충 등을 실제 사례를 통해 논의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24시간 상담 전화까지 가동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신적으로 힘든 학생들이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UCLA는 CR팀 외에도 심리, 건강, 경제위기, 성폭력, 유학생적응, 법 관련 상담부터 동성애 학생들을 위한 상담까지 다양한 분야별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AIST 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한인 학부모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가을 학기 자녀의 컬럼비아 대학 진학을 앞둔 김영준(48·세리토스 거주) 씨는 “신입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카이스트 학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꼭 남의 일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며 “대학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부모나 학생 스스로가 사전에 학교 측의 학생 보호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